근대희곡Ⅰ

작가명
채만식 / 대한민국
창작년도
1930년
작품구성
단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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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임서방의 가족은 네 끼나 굶은 상태다. 만삭이 된 아내는 배가 고파 칭얼대는 어린 딸의 머릿니를 잡아주며 아버지가 쌀을 가져오면 밥 많이 지어주겠다고 달랜다. 겨우 정미소에 임시직공으로 고용된 임서방은 일을 마치고 가족을 위해 먹을거리를 조금 사온다. 아내가 밥을 짓는 도중, 정미소의 부당한 임금에 항의하며 파업한 직공 A·B·C가 찾아온다. A·B·C는 임서방과 같은 이들이 임시 직공으로 일하기 때문에 부당한 노사관계에 대항할 기회를 잃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임서방에게도 동맹파업을 제안한다. 처음에는 배곯을 가족들 생각에 제안을 거절하던 임서방도 언젠가는 개밥에 도토리가 되고 말거란 A의 설득에 정미소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자유노동조합에 들면 앞으로 노동자들이 해나갈 일을 알 수 있다는 말에 한 가닥 희망을 걸며 임서방은 언제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를 밥 한술을 입에 떠넣는다.

작품해설

채만식의 희곡세계는 형식변화를 중심으로 크게 세 시기로 나뉜다. 최초의 작품 <가죽버선> 이후 1931년경까지는 단막극을 집중적으로 발표한 전기, <시님과 새장사>에서 1934년 무렵에 활동을 중단하기까지는 촌극 중심의 중기, 1936년 <심봉사>로 창작활동을 재개한 후엔 장막극이 주를 이루어 후기로 분류된다. <밥>은 그의 희곡 세계 중 전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은 가난한 식민치하의 서민이라는 점에서 서로 우호적이다. 정미소 임시직공과 파업직공의 대립이 없이, 체념보다 희망적인 요소가 가미된 계몽적인 성격을 띤 희곡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사건이 발전함에 따라 무지에서 인식으로 이어지는 심리의 전환으로 성격 발전의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파업직공A의 목소리는 임서방을 향하고 있지만 관객에게 직접 들려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작품 말미에 노동조합을 제시한 것은 개인의 투쟁보다는 단합된 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래지향적이고 건전한 투쟁 방식을 제안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