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희곡Ⅰ

행랑들창에서 들니는 소리

작가명
채만식 / 대한민국
창작년도
1932년
작품구성
단막,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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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어느 밤, 불빛만 비치는 들창 사이로 부부의 대화가 들린다. 어디선가 술을 한잔 얻어먹은 남편은 아내에게 다가가지만 피곤한 아내는 남편을 피한다. 사실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내이고, 아내는 이런 상황이 못마땅하기도 하다. 괜한 자격지심에 남편은 남편으로서 권위를 내세우려 아내를 윽박지르지만, 아내 역시 지지 않으려 맞선다. 결국 이들은 서로를 ‘뻔뻔한’ 인간으로 치부하며 말싸움을 하게 된다.

작품해설

채만식의 희곡세계는 형식변화를 중심으로 크게 세 시기로 나뉜다. 최초의 작품 <가죽버선> 이후 1931년경까지는 단막극을 집중적으로 발표한 전기, <시님과 새장사>에서 1934년 무렵에 활동을 중단하기까지는 촌극 중심의 중기, 1936년 <심봉사>로 창작활동을 재개한 후엔 장막극이 주를 이루어 후기로 분류된다. <행랑들창에서 들니는 소리>는 그의 희곡 세계 중 중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작품에서 남편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내가 벌어다준 돈으로 생활한다. 원본에 아내가 하는 일이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남편이 아내를 윽박지르며 “네 죄를 몰라?” 혹은 “내가 모르는 줄 아니?”와 같은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 아내의 일이 당시 사회 정서상 긍정적인 일은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작품에 등장인물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빈 공간 속에 소리로만 줄거리를 전개한 점이다. 이러한 수법은 석 달 뒤 발표한 <목침 마진 사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채만식의 많은 희곡이 상연이 목적이 아닌 읽는 희곡인 ‘레제드라마(lese drama)’의 성격이 짙다는 평에 부합되는 한편,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양식적 개방성을 지닌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