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희곡Ⅱ

[근대희곡]고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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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고향길>은 2경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1경에서는 ‘성남’의 집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농촌을 떠나는 성남의 모습을 그리고 있고, 2경에서는 성남이 상경하여 머물게 되는 ‘양실’을 배경으로 설정하여 성남이 꿈꾸는 도시적 삶의 허무함을 보여주고 있다. 성남은 한때는 착실한 농부였으나, 도회의 삶을 동경하는 마음이 커지면서, 허황된 생각을 품고, 고향을 떠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러한 계획을 눈치 챈 철기는, 성남이 쓴 시에 반했다는 여인 미라와 함께 성남의 집을 방문한다. 철기와 미라는 성남에게 사업을 제안하며, 집안의 돈을 훔쳐내어 자금을 만들라고 유혹한다. 성남은 도시의 화려한 삶과 옥회의 새로운 연애에 도취되어, 부친과 아내 그리고 집과 고향을 버리고 상경한다. 2경에서 성남은 미라의 유혹에 빠져 집과 농토를 매매한 돈을 거의 잃은 상태이다. 철기와 미라는 실제로는 부부 사이로 농촌의 허황된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집안을 붕괴시키는 악질적인 사기꾼이다. 그들 부부에게 사기를 당하고 도시의 방랑자로 떠도는 피해자 중 하나인 준호는 우연히 성남을 만나고, 성남에게 자신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미라의 외모와 유혹에 빠져 있던 성남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결국 모든 돈을 날리고 그들 부부로부터 버려질 순간에 처한다. 성남은 미라의 배신과 자신의 실수에 대해 분노하며, 철기는 칼을 들고 두 사람을 찾아가 살해하려고 하지만, 결국 철기를 이기지 못하고 도리어 자신이 위기에 처하고 만다. 이때 준호가 총으로 두 사람을 쏘아 죽이고, 오래된 분노에 대한 종지부를 찍는다. 준호는 성남에게 고향(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하고, 성남 역시 아내가 있는 고향을 떠나온 것을 후회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 고향으로 내려갈 것을 결심한다.

작품해설

1930년대부터 적지 않은 대중극이 서울 대 지방, 도시 대 농촌(혹은 어촌)의 이미지를 나란히 병렬하는 수법을 사용한 바 있다. 임선규의 <바람 부는 시절>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서울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정규와 정숙이 아버지(사장) 대신 시골을 방문하여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을 발견하는 시각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발견의 시각은 이후 대중극에서 흔히 산견된다. <고향길>에서는 이러한 시각을 응용하여 시골 사람들을 악용하려는 도시 남녀의 위선을 포함시키고 있다. 미라는 성남을 보기 위하여 일부러 서울에서 온 도시녀(신여성)이다. 그녀가 표상하는 도시인 서울은 화려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정된다. 이러한 도시와 농촌의 공간적 대립은 1930~60년대 대중극에서 중요하게 관찰되는 요소인데, 이 작품에서 그러한 요소가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해제자 : 김남석(연극평론가, 부경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