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희곡Ⅱ

[근대희곡]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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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이 작품은 1930년대 대표적인 대중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류의 플롯을 고수하고 있다. 가난하고 척박하지만 순수하게 살아가던 순자가, 어느 날 자신이 살던 어촌 마을에 배가 난파하면서 마을에 머물게 된 서울 손님 (한)용철과 사랑에 빠진다. 용철은 그녀에게 사랑을고백하고 서울로 함께 가자고 유혹하고, 순자 역시 어촌을 떠나고 싶은 욕구에 서울행을 결정한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삶은 녹녹하지 않았고, 순자에게 시댁과 남편의 구박은 격심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시골 처녀였던 그녀의 신분과 삶의 방식은 시댁 식구들에게는 못마땅한 조건이 아닐 수 없었으며, 이미 사랑이 식은 남편 역시 더 이상 순자를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30년대 인기 대중극이자 대표작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의 ‘홍도’가 기생 출신으로 신분 낮은 여인을 대표했다면, 이 작품 <등대>에서 순자는 화려한 도회의 삶과 대조되는 궁벽한 어촌 마을을 대변하는 여인이다. 이 여인은 서울 손님의 매력에 끌려 어려운 결혼을 결심하지만, 한용철은 시댁 식구들과 공모하여 아내인 순자를 모욕하고 내쫓고 만다. 순자는 뱃속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쫓겨난 채 20년을 홀로 살아가게 된다. 한편 한용철은 아편 밀수를 통해 큰돈을 벌지만, 결국에는 당국에 적발되어 체포되어 긴 시간 수감된 바 있었다. 이후, 탈옥을 통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범죄자로 변모하기까지 한다. 감옥을 탈옥한 한용철은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가, 우연히 전처인 순자의 집에 숨어들고, 결국에는 순자를 무기로 위협하다가 오히려 순자의 칼에 맞아 죽고 만다. 살해 현장에 나타난 경찰관은 섬마을 시절부터 순자를 짝사랑하던 동철이었고, 동철은 자신이 배움의 길을 열어 경찰관이 된 것을 후회한다.

작품해설

시골 처녀의 도시로의 이동은 1930년대 이후 대중극의 주요한 소재이자 모티프로 작용한다. 현재 남아 있는 어촌영화 <어화>는 도시 남자의 유혹에 이끌려 경성으로 이주한 한 여성의 수난기이다. 이 영화에서 도시는 곧게 뻗은 도로, 높은 빌딩, 질주하는 자동차, 화려한 호텔로 상징되는 문명화된 공간이다. 비록 <등대>에서는 구체적인 물상이나 대표적인 풍경을 지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4경을 ‘서울 용철의 집’으로 설정하여 이러한 도회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무대 위에서 재현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와 농촌(혹은 어촌)의 대립과 이질감은 1930~50년대 대중극의 흥미로운 구성 요소 중 하나였다 [해제자 : 김남석(연극평론가,부경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