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라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 1870~1차 대전)를 배경으로, 이지적이며 섬세한 주인공 '나(마르셀)'를 내세워 당시 부르조아의 풍속사를 그려내는 한편, 기억과 감각을 코드로 하여 무의식의 해저까지 탐사하는 관찰력과 문체로 심리소설의 한 전범으로 꼽히고 있다.
발레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소설의 한 변주로서, 프루스트 소설의 독자에서 한 걸음 벗어나, 그 제목과 주제가 환기하는 이미지를 지금, 2002년 봄 서울에서 새롭게 구현하고자 했다.
삶은 기억과의 대화이다. 미래란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이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개인이나 사회가 공포스러운 까닭은 그 개인이나 사회가 과거를 잃어버림으로써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상실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은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잃어버린 시간'은 과연 왜 되찾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객석과 함께 구해보고자 한다.
<불꽃>
사람들이 가슴에 담고 있는 분노나 욕구를 분출시키는 현대의 시간 속에서 메마르고 단단해지는-습기가 빠져나가는 사람들.
좌표에서 빠져나와 떠도는 메마르고 단단한 것들(사람들)의 충돌. 습기 없는 것들(사람들)의 충돌과 그로 인한 불꽃, 폭발한 감정들이 만들어내는 무시무시한 화염과 그 전염. 모든 것을 태워 버리고 스스로도 타버린 메마르고 단단한 것들(사람들)이 재가되어 잠들고 다시 땅속에 자양분으로 스미는 순환.
단 한 번의 절정밖에는 없다 해도 타오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소망을 표현한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을 태워버린 후에야 비로소 다시 무엇으로든 거듭 날 수 있다는 이미지이며 현대인들의 가슴 한구석에 잠자고 있는 본능을 일렁여주는 한판 살풀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