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개의 문]
한개의 문이 열린다.
잿빛 햇살이 머리뒤로 쏟아진다.
문이 열리는 아침은 상큼하고
조금은 우울하다.
두 번째 문을 열어보니
아침에 느꼈던 햇살이 사라지고
멀리 보이는
희미한 거리가 끝이 없다.
세번째, 네번째...
거리에 끝이 보인다.
착각같은 무지개, 빈거리
오고 가는 전차
나머지 문을 모두 여니
모두 다 환상이다.
우리만 남아서 그 문턱에 서 있다.
떠날 작정이다.
모든 문을 닫고 자리에 누으니
구름 한 조각이 문틈에 끼어 있다.
[정한수]
물을 통해 소원을 기원하던 우리 여인들의 난세와
삶의 어려움이 닥쳐올 때마다 그들의 슬픔과 인내를
삭여내던 정성스러운 물 한 대접, 그들의 기원으로
아들이 커왔고, 아버지가 살았으며 역사가 만들어진다.
물같은 부드러움으로 물같은 냉정함으로 수없이
흘린 눈물을 희석시키면서 우리의 어머니 그리고
지금의 우리가 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