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막 청산
프롤로그
일곱 번 계속된 몽고의 침입으로 폐허가 된 고려.
땅을 빼앗기고 청산에 모여든 고려의 유민들은 낮에는 산성을 쌓고 밤에는 씨를 뿌린다. 도공 만경은 청자에 하얀 새를 새겨 넣지만 가마의 화염 속에 새겨진 새들은 모두 녹아 버린다. 고뇌하는 만경에게 새의 정령이 찾아오고 만경은 새를 잡으려 애쓰지만 날아가 버린다.
그림자극
재주꾼 광대들이 그림자 인형을 공중에 나부끼며 언덕을 넘어올 때, 악사들0 그림자 연극수레를 끌고 들어온다. 해, 달, 산, 소나무, 구름, 바위, 새들의 그림자가 차례차례 막 위로 나타나면서 청산이 완성된다. 잠시 후 말발굽 소리와 함께 몽고장수가 나타나 쌍칼을 휘두르자 청산이 하나씩 빠져 나가고 새마저 모두 날아가 버린다.
혼례식/제의
신랑 신부로 단장한 만경과 순이. 재주꾼들의 한바탕 놀이가 천체의 별처럼 펼쳐진다. 만물의 생성을 기원하는 부채춤이 끝나면 오곡의 씨를 뿌리며 축복한다. 지신밟기와 두레춤을 추며 생명령을 펼쳐내는 집단무와 사랑의 춤으로 행복을 기원한다. 만경과 순이는 그릇의 완성을 위한 제사를 연다. 바라를 든 제관들이 벽사진경, 국태민안을 기원하고 유민들은 그릇을 제물로 바친다. 기원의 화답으로 북소리 울리기 시작할 때, 언덕 위로 달이 떠오르고 몽고 병사들이 쿠빌라이의 깃발을 들고 등장한다.
몽고장수의 방문
먼지바람 말발굽 소리와 함께 침입하는 몽고의 병사들. 고려의 아름다운 하안 새가 새겨진 청자를 요구하는 몽고장수의 일행 앞에는 빈 하늘만 가득한 고려의 청자들이 뒹군다. 분노한 몽고장수와 울분을 참지 못하는 만경의 대립이 극을 이룬다. 결국 몽고장수는 만경의 눈을 찌르고 신부 순이를 납치해 간다. 붉은 보름달 속에 청산이 불타오른다.
2 막 쌍화점
몽고의 침입으로 변질되어 버린 고려. 몽고 병정들의 환락의 잔치가 벌어지고 애첩이 되어버린 고려 여인들의 관능적인 춤과 꼭두각시 인형극이 펼쳐진다. 몽고장수의 노리개가 되어버린 순이는 아무리 아름답게 치장을 하였어도 이미 넋을 잃어버린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다. 순이는 고려 유민들의 죽은 혼들과 함께 넋춤을 추며 죽음을 예감한다. 몽고장수의 희롱 속에 순이는 마지막 힘을 다해 머리 장식으로 몽고장수의 목을 찌르고 긴 수건에 목이 졸려 죽음에 이른다.
3막 바다
청산을 빼앗기고 바다로 쫓겨 온 고려인들. 눈 먼 만경은 바닷가에 앉아 고뇌 속에 청자를 빚는다. 만경을 애도하는 고려의 넋들이 나타나 죽음의 문을 차례로 열고 순이를 만경에 품에 안겨준다. 만경은 순이의 시신을 품에 안은 채 처절한 사랑의 춤을 춘다. 만경의 노력 끝에 순이는 저절로 나는 듯 하얀 새로 환생한다. 멀리 비취빛 하늘에 새가 날고 북두칠성에 이르는 하이얀 다리가 놓아질 때, 만경의 청자 속에 새가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