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북촌마을 인근에 위치한 ‘너븐숭이’. ‘넓은 돌밭’이라는 제주어로 현기영 소설 ‘순이삼촌’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너븐숭이’에는 곳곳에 핀 수선화와 함께 ‘애기돌무덤’이 있다. 제주4.3사건 북촌리 주민 학살 당시, 어른들의 시신은 살아남은 사람들에 의해 다른 곳에 안장 되었으나 어린아이들의 시신은 임시 매장한 상태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돌무덤 주변의 수선화가 바닷바람에 흔들리고 무덤 맡에는 방문객들이 놓아 둔 인형과 장난감들이 놓여있다. 끔찍하고 처참한 역사의 현장에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1948년 1월 17일, 북촌교 인근 밭에서 총살당한 이기복자(여, 2세)에게 이 곡을 바친다.
‘너븐숭이’는 작곡가가 제주4.3사건 현장을 돌아보며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작곡한 작품이며 구성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뉜다. ‘수선화의 노래’, ‘흔들리는 섬’, ‘무당자장가’, ‘거대한 감옥’, ‘붉은 섬’, ‘애기돌무덤 앞에서’ 등의 표제가 붙으며 서사적 묘사와 동시에, 희생당한 어린 영혼을 위한 자장가를 담아내어 진혼의 성격을 띠고 있다. 작품의 선율은 제주 무당자장가와 애기돌무덤 앞에 떠오른
선율의 단편을 변주하여 작품 전반에 교차시키고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의 자진중판, 자진석, 군채가락을 변주하여 구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