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장기화는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는 듯하지만, 신냉전 시대를 마주하며 새롭게 다가온 전쟁의 참상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그저 더 이상 큰일 없이 마무리되기만을 바라거나, 간접적으로나마 그 처절한 상황에 동참하는 태도를 갖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인지 모르겠다. 도종환의 시 담쟁이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의지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시다. 이 시를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세태에 대해, 그리고 개인적인 상황에 대입하게 되면서 이끌리듯 작업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벽, 절망의 벽, 넘을 수 없는 벽에 맞닿아 좌절하다가도 한 걸음, 그리고 여럿이 오르고 올라 결국 벽을 넘는 시의 전체적인 흐름을 토대로 작품을 구상하였다. 넘을 수 없는 벽에 봉착했다 하더라도, 그 끝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르는 담쟁이 잎처럼,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며 앞을 향해 나아가는 끈기와 의지를 작품에 투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