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희곡Ⅱ

[근대희곡]백련화연

작가명
송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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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인생극장 공연 <백화>의 1막은 충신의 은거지였던 처사동(處士洞)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백화(한은진 분)의 어릴 적 이름은 ‘일주’로, 낙향한 선비 ‘임처사’(박제행 분)의 딸이다. 어려서부터 미모와 문장을 갖춘 일주는 소꿉친구인 왕생(극중 이름 왕서용, 남궁운 분)과 함께 성장하였고, 두 사람은 일찍부터 상대에 대해 은근히 연모의 정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신돈의 악행을 고발한 임처사의 상소문으로 인해 처사동 전체가 액운에 휩싸이고, 관군에게 임처사가 끌려가는 수난을 겪으면서 일주와 왕생은 이별하게 된다. 김선초가 맡은 ‘황파’ 역은 일주를 환란에서 구출한다는 핑계로 사적으로 강제 구금하고 기생 수업을 받도록 강요하는 악녀 역이었다. 황파는 일주의 미모가 뛰어나고 임처사가 옥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일확천금을 벌고자 일련의 음모를 꾸몄다. 황파의 음모에 희생되어 일주는 기생이 되어야 했고, 이미 가지고 있던 미모와 문장 솜씨에 가무(음률)와 지조마저 갖추면서, 서경의 유명한 기생 백화(白花)로 거듭났다. 인생극장은 장편소설을 개작하는 과정에서 어릴 적 사건을 생략하지 않았고, 아역 배우까지 투입하는 정성을 보이면서, 소설의 발달 부분을 1막으로 대대적으로 개작했다. 1막의 일주(어린 백화) 역은 ‘박정숙’이 맡았고, 2막 이후의 백화(성장한 일주) 역은 ‘한은진’이 맡아, 2인 1역을 수행하였다. 공연 대본 〈백화〉의 1막은 처사동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1막의 주요 사건은 임처사의 상소에 격분한 왕이 보낸 군사들에 의해 처사동이 환란에 휩싸이는 사건이었다. 1막에는 화재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처사동의 임처사 집이 불타는 장면이었다. 결론적으로 1막은 처사동의 파괴와 일주의 이별을 주요 제재로 다루고 있었고, 주요 배역들이 등장하여 과거의 사연을 소개하고 플롯의 발단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막이었다. (<백화>에 대해서는 김남석, 『조선의 대중극단과 공연 미학』 참조) [기술 : 김남석(연극평론가, 부경대 교수)]

작품해설

박화성의 <백화>는 1932년 6월 8일부터 『동아일보』에 연재되기 시작한 장편소설로, 1932년 11월 22일 166회로 완료되었다. <백화>는 조선 최초 여성 작가의 장편소설로 연재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았고, 1934년 2월에 조선창문사에서 정가 1월 30전 가격으로 단행본 출간되었으며, 이후 각색되어 1937년 12월(14~16일) 인생극장 창립 기념 작품으로 공연되었다. 원작이 여말선초(麗末鮮初)의 환란을 겪으며 성장하는 ‘백화’라는 서경 기생의 삶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었기 때문에, 후대의 연구자 중에는 이 작품을 역사소설로 분류한 경우도 있다. 송영이 이 작품을 전 5막 7장의 대본으로 각색하여, 지조와 용모와 문장과 가무를 두루 겸비한 고려 말엽 평양 기생 백화의 삶과 사랑을 다룬 희곡으로 탈바꿈시켰다. 극단 인생극장에서 <백화(白花>라는 제명으로 공연하였다. 발굴된 대본 <白戀花戀(백련화연)>의 작의를 참조하면 제목 ‘白戀花戀’에서 ‘흰빛은 지조와 절개’를 가리키고 ‘꽃과 같이 숭고한 사랑’을 아울러 지칭한다. 이러한 특징은 고려 시대 지조와 절개를 갖춘 여인(기생) ‘백화’의 일편단심을 그린 작품의 제명을 일부 각색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인공 백화 역은 떠오르는 연극계의 신예였던 한은진이 맡았고, 백화의 아버지 임처사 역할은 박제행이 맡았다. 김선초가 황파(黃婆) 역, 김영옥이 초옥(楚玉) 역, 송재노가 서여산 역을 맡았다. 송영은 월북한 문인으로 한동안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없는 시기가 있었다. 이때 연극 대본 <백화>를 <白戀花戀>으로 일부 변모하여 공연 대본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여겨진다. <白戀花戀>의 공연 기록은 아직 찾을 수 없다. [해제 : 김남석(연극평론가, 부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