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속에서 순간적인 요소에 의해 불현듯 예전의 기억이 떠오르는 때가 있다. 사람이나 혹은 공간, 상황, 음악, 숨쉬고 있는 공기의 내음새 등 수많은 것들이 이러한 회상으로 순간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어떤 순간적인 요소로부터 과거 기억의 한 순간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네 개의 음 F-D-E♭-C#의 진행으로 설정하였는데, 이 음들은 음 F로부터 출발하여 특정한 음을 향하고 있다. 출발음인 'F'는 나의 여러 작품들 속에서 중심음으로 자주 등장하였다. (12개의 반음계는 나에게 각기 개성이 있는 여러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에는 그 친구의 이름 옆에 오선을 그리고, 친구의 인상과 잘 어울리는 음 하나를 꼭 그려 넣곤 했었다. 다양한 이미지의 12개 반음계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음은 'F'로 가장 투명하고 맑고 선한 이미지이다. 바닥이 투명하게 비치는 맑고 청정한 바다, 혹은 너무 투명해서 약간의 푸른 기가 감도는 예쁜 수정같은 이미지의 이 음 F만을 위하여 학부시절에는 'F'라는 제목으로 피아노 곡을 작곡하여 직접 연주한 적도 있다.) 이 음들의 진행 자체가 바로 어떤 순간적인 요소로부터 과거 기억의 한 순간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전체 5부분으로 구성되어져 있으며 위의 음들 네 개가 각 부분마다 회상의 단편이자 중심음이 되어 다양한 변주와 수식의 기법으로 발전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이 네 개의 음들은 선율로 연결되어 연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