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만들어진 이 작품은 피아니스트 이정재 교수를 비롯한 네 분의 공동 연주회를 위한 작품으로 기획되었다. 네 분의 피아니스트, 즉 eight hands를 위한 작품은 음악사적이나 형태사적으로 모두 희귀했으므로 착상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나를 흥미로 일관케 한 작품이 이 곡이다.
작품의 틀걸이는 자유롭게 변형된 론도다, 하지만 나는 론도 형태를 무작정 쫓아가기보다는 낭만주의 작곡가들이 즐겨쓰던 제시와 대조의 자유로운 대비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도 작품은 자유로움의 순간적 정서가 무척 많이 강조되었다. ‘즉흥곡’이라는 제목은 그런 나의 정서적 관점의 표현이다. 이 작품의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 인용(quotation)이라는 음악적 기술에 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작품에 나타난 수 많은 인용구들은 작곡가 슈베르트의 작품 Op. 142의 첫 즉흥곡으로부터 유추되었다. 슈베르트의 음악이 가지는 특성과 얼개, 예를 들면, 주제를 단편적으로 사용했거나 노래같은 모티브를 선 보이고, 혹은 장/단조 음계가 신속한 전환되는 등 슈베르트가 그의 작품을 통해 보이던 개인적 언어를 현대적 감각으로 인용한 것이다. 다소 느린 속도를 가지는 중간 부분은 ‘왈츠’이며 이 지점은 우울한 아름다움과 기괴한 분위기를 함의하는 정서적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