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음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차가운 흐름"

작곡가
김은성
작품연도
0년
카테고리
양악 - 기악 - 합주 - 관현악합주

작품해설

싸이 톰블리의 그림 Cold Stream은 어두운 파란색의 배경에 많은 흰색 원들이 그러져 있다. 나는 이 그림을 에너지의 작용과 반작용으로 느꼈었고 이것을 음악화 하는 것이 작품의 출발 점이다. 그래서 이 곡에서는 2개의 음악적인 요소가 나오는데, 예를 들면 움직이지 않는 한 음과 그 뒤에 따라 나오는 부서지는 음형, 혹은 다른 음역과 악기군으로 대화하는 2개의 악구가 그것이다. 이 두 요소는 계속해서 곡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또한 그림에서 느낀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이 여러 가지 음향들을 통해 나타나고 곡 전반을 지배한다.

작품해설(영문)

In Cy Twombly’s Cold Stream, there are numerous white circles against a dark blue background, which I saw as an expression of action and reaction. This is also where I began working on my own Cold Stream composition. You will find two musical elements co-existing in this work, e.g. a stationary note followed by a scattered note pattern, or phrases where different instruments in different registers converse, and all these appear throughout the work. Also, the cold yet sharp sensation that I felt from Cy’s work is pre- sented through sound in many different colors, dominating the entire piece.

감상포인트

오케스트라가 표현하는 차가운 에너지의 흐름을 느껴보세요!

Discover the flow of cold energy emanating from the orchestra performing on the stage!

작품평

특수효과가 흥미로운 요소로 사용되고 있어 관현악 곡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정치용)


색채적 오케스트라의 표현이 좋으며, 전체적인 흐름이 유연합니다.(윤현진)


<단순함에서 찾은 진리(글 : 음악평론가 송현민)>

천재의 비결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통신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인간은 행복해질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세상은 더더욱 좁아지고, 도시의 밀도는 끝도 없이 높아지며, 할 일은 계속해서 쌓이기만 한다. 이에 따라 기계들은 이런 저런 기능을 덧붙인 정체 모를 ‘다기능’이 선호되었고, 사람들은 한 분야에 전문적이기보다는 멀티플레이어가 되기를 요구 받았다. 어쩌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애초부터 인간의 행복이 아니라, 사람을 더 부리는 것이 목적 이었는지도 모른다.

사회의 스트레스가 폭발 직전에 이르자, 어느 샌가 흥미로운 슬로건이 유행처럼 번졌다. “Simple is the Best!” 이 짧은 문장은 스티브 잡스와 손잡고 애플 컴퓨터 디자인에 참여했던 IDEO의 디자 인 철학으로, 잡스 자신도 단순함을 예찬하는 언급들을 남겼다. 그런데 아인슈타인도 이들보다 앞선 단순함의 신봉자였다. “모든 것은 가능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떤 지적인 바보라도 더 크고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그 반대로 가려면 약간의 천재성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잡스 가 천재라고 불리는 것은 천재 선배인 아인슈타인의 이러한 지침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 아닐 까? 그러한 그가 내놓은 제품들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는 여기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강렬한 에너지의 원천

작곡가 김은성이 대학 시절에 사로잡혔던 고민은 이와 통하는 바가 있다. “조금 쉽게 쓸 수는 없을까? 작은 것으로 큰 에너지를 낼 수는 없을까?” 쉽고 작은 것에서 큰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욕구는 지난 세기의 중반부터 예술계를 움직이던 중요한 화두였다. 하지만 오늘은 사는 예술가에 게는 새로운 세대에 걸맞은 신선한 것이 필요했고, 그는 미지의 길을 찾고자 했다.

그 때 그는 ‘낙서 화가’ 사이 트웜블리(Cy Twombly Jr.: 1928-2011)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 의 작품이 그의 가슴에 강렬하게 꽂혔다. ‘Cold Stream’이었다. 이 그림은 언뜻 보면 짙은 칠판에 분필로 낙서를 한 듯, 파란 빛깔이 감도는 짙고 어두운 배경에 손이 가는 대로 그린 듯 흰 색의 나선이 촘촘하게 여러 줄 그려져 있을 뿐이다. 대단히 단순하고 임의적인 그림이지만, 자연스럽 고 힘차게 그려져 있어 강렬한 운동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이 트웜블리가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의 그림은 별 것 아닌 낙서로 볼 수도 있는데 그 안에서 너무 큰 에너 지가 저에게 느껴졌어요. 제가 당시에 가지고 있던 음악적인 생각과 사이 트웜블리가 맞아 떨어 졌다고 할 수 있죠.” 그는 고민에 대한 해법으로 “음악적인 인상이 대비되는 두 가지 음악적 요소” 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Cold Stream’에서 받은 ‘에너지의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인상과 유사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주로 기존의 음악이나 머리에서 떠오르는 소리, 글 등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 것을 생각하면, 트웜블리의 그림이 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는지 가늠이 된다. 이후 ‘에너지의 작용과 반작용’은 그의 음악이 운동하는 원리가 되었다. 하나의 소리가 등장 하면, 그 다음으로 이에 대조되는 소리가 등장하고, 이어서 이들의 대화로 나아간다. 이러한 두 요소의 대화는 앙상블의 규모와 관계없이 소리의 성격을 명확히 하며 구조를 단순하게 만든다. 상호 발전되고 뒤엉키며 복잡하게 전개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축적된 에너지가 분출되는 과정이 다. 에너지가 해소가 된 후에는 또 다른 소리가 등장하고, 새로운 대화로 전이되면서 에너지는 또다시 축적된다.


생명의 원리

그의 관현악곡 은 2017년에 작곡되었다. 2004년에 트웜블리의 ‘Cold Stream’으로부터 받은 그 운명적인 인상의 원천을 마음에 고이 품고 있다가, 관현악곡을 쓸 기회가 주어진 13년 후에야 악보로 옮긴 것이다. “아래에서 힘을 받아야 흰색의 선이 올라가 고, 그 선이 올라감으로 인해 한 개의 원이 그려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원을 하나의 프레이즈로 보았을 때, 이러한 프레이즈가 가득 채워진 곡입니다.” 즉, 이 곡은 ‘에너지의 작용 과 반작용’을 그대로 음악화한 그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에는 작용과 반작용에 대응되는 두 개의 음악적 요소가 등장한다. 크로탈의 긴 음정과 여러 악기들의 부서지는 음향, 크로탈과 비브라폰의 화음과 플루트의 대화, 비브라 폰의 정지된 화음과 E♭ 클라리넷의 소음, 트럼펫과 오보에, 클라리넷의 대화 등, 서로 다른 음형과 음색이 대비가 연속된다. 그리고 트웜블리의 그림에 그려진 모든 원들이 모두 다르듯, 두 음악적 요소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런데 작곡자는 서양음악의 기본적인 구성 원리인 모방이나 대립, 변주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즉, 그의 음악에서 음악적 요소들 은 ‘공존’하고 ‘변화’하는 건강한 생명의 원리를 품고 있다. 그의 음악이 생동감 있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이유이다.

이 작품은 2017년 11월 16일 독일 바이마르의 바이마르할레(Weimarhalle)에서 니콜라스 파 스케(Nicolás Pasquet)가 지휘하는 바이마르 프란츠 리스트 음대 관현악단에 의해 세계 초연 되었으며, 오늘 아시아 초연이 이루어진다.

연주정보

연주일
2019. 2. 10
연주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
KBS 교향악단
지휘
윤현진
행사명
행사명 제 10회 ARKO 한국창작음악제
행사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행사주관
ARKO 한국창작음악회 추진위원회 (아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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